시장과 설문조사
시장을 이해해야 니즈가 보인다
시장은 단순히 소비자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타깃 고객이 살아가는 사회 전체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시장을 본다는 것은 소비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떤 구조 안에서 가치가 만들어지고, 어떤 환경 속에서 선택이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시장을 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장 파악의 목적은 결국 니즈를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니즈는 거창한 개념이 아닙니다. 고객이 겪는 불편함, 어려움, 필요함을 구체적으로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활용합니다.
설문은 구조화된 대화다
설문조사는 단순히 질문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고객과의 구조화된 대화입니다.
구글폼과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무료로 설문지를 만들 수 있고, 질문 개수에 제한도 없습니다. 섹션 구분이 가능하고, 결과는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엑셀화되어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구조입니다.
질문은 답하기 쉬운 순서로 배치한다
설문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질문의 순서입니다. 답변하기 쉬운 질문부터 배치해야 합니다.
답변하기 쉽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규칙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이름은 무엇인가요?”는 답이 명확합니다. 반면 “만 원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와 같은 질문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고민이 필요한 질문을 앞에 배치하면 이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질문의 주어는 단수로 작성해야 합니다. 하나의 질문에 두 가지 이상을 묻지 않아야 합니다. “과자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왜 드셨나요?”와 같은 질문은 응답자가 둘 중 하나만 답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뒤 질문이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에 앞 질문은 생략되기 쉽습니다.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질문도 피해야 합니다. “사과, 딸기, 포도를 최근에 드셨나요?”와 같은 질문은 구체성이 부족합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가장 최근의 경험을 중심으로 묻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의 UX 역시 가장 최근의 경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병따개가 없어 숟가락으로 병을 딴 경험이 있다면, 다음에도 같은 방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후 젓가락으로 따본 경험이 있다면, 그 다음 선택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최근의 경험이 행동을 결정합니다.
미래가 아닌 과거를 묻는다
설문에서는 주관적 워딩을 객관적 워딩으로 바꿔야 합니다. 가정, 의향, 생각, 미래에 대한 질문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내일 저녁에 포케를 드실 건가요?”라는 질문은 의향과 추측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어제 저녁식사로 포케를 드셨나요?”는 사실 기반 질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와 경험, 사실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해야 합니다.
또한 ‘범위’로 묻는 질문도 지양해야 합니다. “10대, 20대, 30대 중 어디에 속하십니까?”보다 “몇 년생이신가요?”처럼 구체적 수치를 받아야 정의가 가능합니다.
질문은 점점 좁혀야 한다
설문 문항의 개수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몰입도를 유지하려면 20개 이하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 수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핵심 질문에서 시작해 상세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좁혀가야 합니다. 핵심 질문은 방향성을 잡기 위한 내부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은?”과 같은 질문은 설문에 직접 넣기보다 기획의 방향성으로 활용합니다.
이후 시장 파악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하루 세 끼 중 사 먹는 끼니는 무엇인지, 일주일에 몇 번 사 먹는지, 한 번 먹을 때 평균 지출은 얼마인지와 같은 질문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 “현재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와 같은 니즈 파악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좁혀가야 고객의 실제 필요가 드러납니다.
설문은 기본적으로 주관식이다
고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객관식 문항을 만드는 것은 위험합니다. 객관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설문은 주관식, 즉 서술형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경우의 수가 명확하게 정해진 질문, 예를 들어 성별이나 가위바위보와 같은 항목은 객관식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미 고객에 대한 방향을 알고 있고, 다수결이 필요한 경우에도 객관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 시장 파악 단계에서는 고객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고객의 소리를 수치로 환원하기 전에, 먼저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설문은 고객을 만나기 위한 준비 단계다
온라인 설문은 고객을 만나는 창구일 뿐입니다. 고객은 온라인에 자신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설문은 탁상공론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실제 만남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결국 시장을 이해하고, 니즈를 발견하고, 고객을 정의하는 일은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완성됩니다. 설문은 그 시작점입니다.